푸른 꽃 Blue Flower / 2023-

노발리스는 독일 초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으로 그의 소설‘푸른 꽃’(원제: Heinrich von Ofter- dingen)은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소설에서 ‘푸른 꽃’은 주인공이 찾고자 하는 이상, 진리, 또는 영적 성취와 같은 이상향을 지시하는데, 실제 소설은 작가 노발리스의 죽음으로 미완성인채로 남아 다양한 열린 결말로 향해간다. 동명의 소설 제목을 기반으로 한 작가의 푸른 꽃 연작은, 꽃을 대상으로 한 스틸라이프 사진을 촬영하고 청사진화 한다.

안종우 작가는 소설 속 푸른 꽃의 진위와 주인공의 푸른꽃 발견의 여부보다는,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는 양가적인 잠재적 가능성을 가진 ‘꽃의 상태’에 주목한다. 작가가 청사진으로 구현해낸 푸른 꽃은 말그대로 존재하기도, 존재하지도 않기도 한다. 그의 작업에서 푸른 꽃이라고 인식되는 영역은 외려 아무것도 얹혀있지 않은 종이의 흰 배경이며 이런 연유로 사실상 흰 꽃이라고 말해도 무방한 대상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푸른 꽃 작업을 바라보며 이러한 작품 제목에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기존 회화의 스틸라이프 작업이 가지는 메멘토모리의 맥락이 작품 속 대상을 통해 드러난다면, 안종우 작가의 작업에서 이러한 메멘토모리는 작업의 표면에서 대상의 구현 여부의 의문으로 이어지며 작가는 메멘토모리를 표현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