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존재하는 사건이나 행위의 영상 기록 중 특정 구간을 발췌하고 프레임화하여, 각각을 작가의 기록 방식(분채검프린트, 청사진)으로 현상한다. 이후 스캔 및 시퀀스 구성을 거쳐 재영상화 한다.

본 작업은 경험이 기억으로, 그리고 기억이 회상의 형태로 재가동 되는 일련의 과정을 담은 작업으로, 이때 회상은 저장된 기억의 일부로서 발췌된다. 초기 경험(Prime confrontation)은 각기 다른 ‘계’를 거치며 데이터가 손실되기도 하고, 기억의 초점이 주변부로 이동 또는 전환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표면적 글리치 또는 반복하는 움직임에 주목함으로써 회상적 개념으로써의 기억 형식을 탐구한다.

기억은 고정된 단편적인 이미지가 아닌, 재생되는 동작의 형식으로 회상되기도 하는데, 이는 마치 인터넷매체 문화 중 하나인 meme (또는 짤방)처럼, 발췌된 일부 구간을 반복하는 gif 형태로써 드러난다. 이때 영상은 프레임의 연속으로, 각각의 프레임은 분절된 동작을 독립된 화면에담고있고,이를일정속도로나열함으로써우리가알고있는‘ 동작’이라는 행위를 하는것처럼 보이게 된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볼 점은, 무빙 이미지가 개별 이미지의 연속-선형적 나열이고, 이를 통해 동작한다고 ‘착각’ 하는 것처럼, 기억에 기록된 각 프레임의 이미지는 같은 맥락에서 서로 다른 독립적 개체이며, 이는 서로 간 동일하지 않은, 다른 존재를 지칭한다는 점이다. 마그리트의 파이프가 실제 파이프를 지칭하지 않는 것처럼 기억 속 행위의 대상은 이미 기억으로 기록된 순간부터 원본과는 다른 대상이고 각각의 프레임은 또 서로 다른 개체로 독립되어 기록된다. 회상의 과정은 결국 독립된 복수개의 서로 다른 대상을 나열함으로써 당시의 경험을 재현하는 행위가 되며, 10개의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기억이 있다면, 우리는 동일한 대상의 동작이 아닌 10개의 서로 다른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다